459 (운영자) 이승재 기자의 답변입니다 2016-04-08  운영자  조회수 : 1892
안녕하세요. 독자님. 영화, 특히 한국영화를 보시다 궁금하신 점을 질문 주셨군요.

답을 먼저 드리자면, 일단 그것은 해당 배우의 연기력 문제로만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주도면밀하게 준비되고 촬영되는데, 이때 시나리오와 감독의 연출의도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배우가 눈물을 펑펑 쏟고 싶다고 하여, 혹은 반대로 눈물을 절제하고 싶다고 하여 배우의 마음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요.
물론, 권위와 능력과 경력을 갖춘 일부 배우들은 '이 장면을 나는 감독의 해석과 달리 이렇게 해석했다. 그러므로 이런 눈물 연기를 하겠다'면서 감독을 설득한 뒤 자신의 해석에 따른 연기를 하기도 하고,
촬영장에서 즉흥적으로 솟아오르는 감정에 따라 배우가 눈물 연기한 장면을 감독이 채택하는 일도 많지만 말입니다.

'이 영화는 이런 태도와 공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연출 의도에 따라 배우의 눈물은 때론 다소 과하게도 표현될 때도 있고, 때론 절제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임시완 주연의 영화 '오빠생각'은 배우보다 관객이 더 울게되는 영화입니다. 배우는 감정을 대체로 절제하지만, 이런 절제된 장면들이 모여 관객에겐 더 큰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오빠생각'은 6.25전쟁을 둘러싼 한국의 역사를 멀리 떨어져 관조하는 듯한 태도를 가지기에 이런 연기 디렉션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황정민 주연의 '국제시장'은 배우가 절제 없이 눈물을 쏟아냅니다. 이 영화는 희생, 회한, 안타까움, 그리움이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정서라고 윤제균 감독이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윤제균 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이 영화는 우리의 아버지 세대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밝힌 바 있지요.

적잖은 영화감독들은 '배우가 관객보다 더 많이 울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기도 합니다.
특정한 감정을 강요하기보다는 관객이 그런 감정을 스스로 영화에서 끄집어내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 진정한 연기라는 믿음에서입니다.
가수가 슬픈노래를 부를 때 마치 우는 것처럼 부르지만 정작 울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저는 독자님의 질문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최근 설경구('해운대' '소원')와 황정민('국제시장' '히말라야')의 연기를 보면서 '오히려 감정을 절제했더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또 그 반대로,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는 여배우 송혜교의 '덤덤한' 연기에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감정을 더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올려서 더 직설적이고 강력하게 표현했더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요.

그래서 영화란 예술은 매혹적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해석은 결국 관객의 몫이고 권리이니까요.
언론시사회가 끝나면 똑같은 영화를 두고도 평론가들마다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고 서로 다른 감정을 갖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난 슬픈데 배우는 덜 운다' '난 별로 안 슬픈데 배우는 과하게 운다'는 생각이 드실 때는
영화가 끝난 뒤 '이 영화의 연출의도는 뭘까' '왜 이런 감정선을 선택했을까'를 한번 떠올려보신다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이승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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