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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의 현장점검 사전 통보에 대해
번 호 : 6309 | 조회수 : 325 | 작성시간 : 2019-06-14 | 글쓴이 : 양석환
아래의 글을 기고하고 싶습니다.
6월 10일 신문 사회면에 올라온 기사인 '아동학대 신고된 어린이집 “CCTV 고장나 버렸다”'을 읽고 쓴 글입니다.

구청의 현장점검 사전 통보, 문제 있다.

정말 황당한 기사를 읽었다. 한 아이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여 아이가 다니는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에 이유를 따졌다. 이에 어린이집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대응을 하였고 아이의 어머니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퇴소시킨 후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를 당한 것 같다며 구청에 신고를 하고 CCTV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구청은 CCTV 확인을 위한 어린이집 현장점검을 불시에 하지 않고, 사흘 전 현장점검을 미리 통보한 뒤 방문했다. 그렇게 찾아간 어린이집 측에서는 폐쇄 회로(CC)TV가 고장이 나 영상이 없다고 주장하여 구청은 어린이집이 CCTV 영상 보관 의무를 어겼다며 과태료 75만 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 아동 학대 사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CCTV 영상이 없으니 확인할 길이 없다고 신고자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민원을 해결 처리하는 것인가?
현재 아이의 어머니가 경찰에도 관련 사실을 신고하여 경찰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아동 학대에 대한 진위 여부가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진위가 밝혀질 것이라는 사실과 별개로 구청의 수사 방식에 대해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가 의심되어 CCTV를 확인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불시에 현장점검을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 CCTV를 확인하는 현장점검을 사흘 전에 미리 통보하는 것은, 어린이집에게 범죄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그 증거를 인멸할 사흘의 시간을 주겠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흘 전에 현장점검을 미리 통보한 것에 대해 구청 측에선 해당 지역에 정기 점검을 나갈 예정이었는데 민원이 들어와 앞당겨 나간 것이고, 정기 점검은 법에 따라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왜 구청은 예정되어있던 정기 점검의 일정을 당겨서 현장점검을 나간 것일까?
구청의 해명을 처음 보고 머리에 떠오른 것은 ‘구청은 민원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려는 노력만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다. 만약에 구청이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면 사전 통보가 원칙인 정기 점검을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 아닌 불시에의 현장점검을 실시했어야만 했다. 현장점검을 미리 통보한 구청의 행동을 보면 CCTV 확인을 위한 현장점검이 아니라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현장점검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자신들은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는 것을 구청은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구청은 그저 나태했던 것일 수도 있다.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에 대해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해선 일단 현장점검을 하러 가야 하는데, 정기 점검 예정이 있으니 두 번 점검하긴 귀찮으니까 일정을 앞당겨 진행하기로 하고 정기 점검은 사전 통보가 원칙이니 통보하고 점검한 것이다. 구청이 나태하지 않았고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면 사전 통보에 따른 증거 인멸 가능성은 쉽게 떠올렸을 터이다. 그러나 나태한 구청은 정기 점검이 예정되어 있는데 굳이 귀찮게 현장점검을 두 번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만 생각하여 불시 점검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진짜로 CCTV가 고장이 난 것일 수도 있다. 아이가 퇴소를 한 날과 구청이 어린이집에 방문한 날 사이의 그 짧은 기간에 우연히 CCTV가 고장이 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구청의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구청이 어떤 이유에서 사전 통보를 하고 현장점검을 했건, 구청이 민원을 해결하고자 진정으로 노력하였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는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피해 아동의 부모에게까지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끔찍한 범죄이다. 구청이든 경찰이든 피해 아동들과 그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사건을 해결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어린이집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어떠한 민원이나 사건이든 해결하기 위해 신중히 수사에 임하여야 한다.

중앙대 소프트웨어학부 양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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